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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해직교수 복직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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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개정 국면에 들어간 듯한 사립학교 ‘악법’에 아직도 미련을 두고 있는 이들을 볼 적마다 내게는 꼭 생각나는 ‘선생님’이 셋 있다.

장희창. 그는 1986년 4월19일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 직선제 개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의대 독문학과 교수 신분으로 동참하였다가 다음해 3월 재임용 탈락했다. 그리고 같은 학교 영문학과 김창호 교수와 불문학과 박동혁 교수. 그들은 시국선언 참여 후 재단 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항의하는 중에 동료 교수로부터 입시 부정 청탁을 받고 이를 거절, 학교 당국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끝내 후속 조처가 없자 89년 3월 양심선언을 하고 입시 부정 사건을 폭로했고 같은 해 8월 해임되었다. 이상이 올 가을로 ‘해직’ 18년과 16년째를 맞는 세 ‘전직’ 교수의 짧은 비망록이다. 대통령이 세 번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강산도 엄청나게 바뀐 세월이라지만 그분들이 여태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장희창 교수를 학교에서 쫓아낼 무렵 재단 이사장은 20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한 교수회의 석상에서 “소위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교수들은 이 학교에서 나가 주시오!”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한다. 그리고 재임용 탈락의 사유를 묻는 교수 장희창에게 당시 총장은 “나는 이사장과 문교부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며 아예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가 하면, 그에게 D급평정 등급을 매긴 당사자인 학장은 “‘재임용 심사 평정’은 학생들 학점이 교수 마음대로인 것처럼 학교 마음대로다. 근거는 제시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한다. 여기에 덧붙여 재단 측은 그가 ‘해직’된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했을 따름임을 계몽(!)까지 하려 했으니 그들은 80년대 말 격동의 역사 속에서 한 양심적 지식인이고자 했던 그에게서 ‘해직’의 ‘영예’마저 앗아갈 요량이었던 셈이다.

김창호, 박동혁 두 교수의 경우도 어처구니없기로는 마찬가지다. 입시 부정이 사회 문제화되어 궁지에 몰린 동의대 당국은 저 비극적인 ‘5·3 동의대 사태’로 조성된 공안정국을 반전의 호기로 삼아 김창호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와 학교명예 실추’를 이유로, 박동혁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 동참’을 이유로 각각 해임했다. 힘센 강도가 선량한 신고자를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그때의 검찰이 누가 봐도 명백한 ‘입시 부정 사건’을 4차례나 걸쳐 무혐의 처리했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에야 재수사에 착수, 부정을 청탁했던 한 교수를 무고와 업무 방해죄로 구속, 처벌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두 교수는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부산지법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학교측은 상상을 불허하는 술책을 부리고 나왔다. 그들은 항소심 판결 직전에 소를 취하하고 두 교수가 학교 바깥에 있은 기간을 마치 복직해 근무한 것처럼 꾸민 다음 온갖 편법을 동원해 이번엔 재임용 탈락을 시킨 것이다. 이 절묘한 준법정신을 법원은 높이 샀던 것일까? 훗날 대법원은 법의 이름으로 그 불의를 ‘추인’했다. 법과 정의가 충돌하자 우리 법원은 정의를 버렸던 것이다. 남은 문제는 분명하다. 정의로운 법을 만들면 된다. 존중되어야 할 교권 위에 무소불위로 군림하는 이 ‘재임용제도’의 배경엔 사학의 사유화를 법적으로 받쳐주는 현행의 사립학교법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사립학교법 개정의 핵심적 과제는 극도로 사유화되어온 사학을 공공의 물질적·정신적 자산으로 제자리 매김해주는 데 있다. 이것이야말로 참된 의미에서 사학의 자율성과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 사립학교법의 전향적 개정과 함께 세 선생님의 빠른 교단 복귀를 기대한다.

〈윤지형/부산영도여고〉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07:49 / 최종 편집: 2004년 10월 13일 18: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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