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복직을 계기로 대학 재임용에서 탈락된 해직교수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17일 법원과 대학가 등에 따르면 김교수의 복직 이후 15명의 해직교수들이 복직을 위한
소송을 법원에 낸 것으로 밝혀졌다.
1996년 2월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 김명호씨(48)는 지난 3월3일
10년 만에 학교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임용 거부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김씨는 “김민수 교수의 복직을 계기로 억울하게 강단에서 쫓겨난 교수들이 구제되기를 희망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95년 1월 성균관대 본고사 수학 채점위원이던
김씨가 입시문제 출제 오류를 지적,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이유로 부교수 승진 직전인 이듬해 3월1일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그는 “연구실적 심사에서 학교측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논문들은 모두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된 잡지에 게재돼 수준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김민수 교수는 “내가 대학에서 쫓겨난 경우와
사정이 비슷해 법적 승소 이후 곧바로 그에게 ‘결판을 내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참조: 전국 수학과 교수 189명의 의견서)
이에 대해 성균관대측은 “학교 규정상의 모든 절차를 걸쳐 재임용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재임용
거부가 무효라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참조: 성대측 변명에 대한 반론)
92년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 목원대 법학과 조교수 이순철씨(57)를 비롯해
조기호(원광보건대·50), 이강재(배재대·42)씨 등 14명은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에 재임용
탈락 취소를 요청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학교측의 재임용 거부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위원회의 정당한 심리를 받지
못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한벗 종합법률사무소의 송병춘 변호사는
“과거에는 교수로서의 자질이나 객관적인 실력을 기준으로 재임용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학교법인측의 의지가
심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사례가 잦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적으로 각 대학에서 재임용 탈락 교수는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교육국민연대 박거용 상임대표는 “이들 가운데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100여명이 이달로
예정된 ‘대학교원 기간제 임용 탈락자에 대한 특별법’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탈락 교수들이 잇달아 대학 강단에 다시 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복직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대학에서는 대학 및 재단측과 복직을 원하는 해당 재임용 탈락교수들 사이에
또다시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진통이 일 전망이다.
이 특별법은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원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2003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75년
이후의 재임용 탈락자들에게 소급돼 소청위의 재심사를 받을 수 있게 만든 한시적인 구제법이다.
〈심희정기자 heejung@kyunghyang.com〉